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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5. 00:05 프로그램


 컴퓨터를 습관적으로 켜기는 하지만 하고싶은 것이 없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무언가를 보기로 결심했다. 과연 매일 보고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능하게 닿는 한 해보고 싶다. 그래서 처음 본 것은 연극에 관한 주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가 연극을 본 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학예회 식의 연극이야 꽤 보아왔겠지만 연극을 연극으로 대하여 본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달까. 그리고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연극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구나, 생각했다. 

 현대는 영상물의 시대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영상물이, 범람 수준으로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프로그램들, 영화, 드라마, 어쩌면 스토리의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예전에는 텍스트가 기본이었을지 모르나 근래에 와서는 영상이 기본이 된 기분이다. 어떤 유명한 소설을 읽은 사람보다는, 한 때 유행으로 지나간 드라마를 본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드라마 전편을 보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지만 현대는 그런 시대. 내가 재해석하는 것보단 떠먹여주는 것에 익숙한 그런 것.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영상물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

 어쩌면 주는대로 받아먹어야 한다는 것은 연극도 다른 영상 매체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각본이 존재하고, 연습해온 틀이 존재할 테니까. 그렇지만 내가 본 최근의 연극에서, 내가 느낀 것은 그동안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연극 특유의 웃기기 위한 가벼움에 대한 냉소를 제외하고 연극을 보면, 연극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선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관객의 참여도 그러하고, 꼭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내지 않더라도 그들이 항상 관객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단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감응을 보고싶었던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어쩌면 문학과 모든 예술들은 그저 의문을 제시하기 위한 것. 나는 어쩌면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에 너무 천착하여 그들이 제시하는 의문을 코웃음치며 넘어가진 않았던가. 남는 게 없다고 냉소하기 전에 스스로의 태도를 먼저 반성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 본 프로그램에서, 연극인 임형택씨가 말했다. 연극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겠냐는 말에, 그는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이 내가 느낀 연극에 대한 정의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기뻤다. 롱런 시스템이니 레파토리 시스템이니- 미국식이니 영국식이니, 백치에 대한 이야기, 물론 그런 것도 도움이 되는 지식이었으나, 연극이 만남이라는 점, 그리고 질문을 제시해준다는 점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간직해두고 싶어 글을 썼다.

posted by Si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