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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22. 00:17 도서

조정래
실천문학사
2006년 6월 1쇄/ 8월 5쇄본을 읽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세 작품을 다 읽은 게 대학교 1학년때였나 2학년때였나. 한 질당 두세 달 정도씩 투자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는- 이런 거였다. 나라는 인간은, 그 때 한국의 근현대사를 '처음' 접했다. 물론 일제치하의 몇몇 일들에 대하여 아예 모르고 살아온 것도 아니며, 군사정권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해 문외한도 아니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선 소설을 읽으며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런 것이었다. 뭐 이제와선 읽은 지 어언 5년이 넘어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그동안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구입한 「인간연습」은,  이제 모든 격변기가 끝난 후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남파되었던 비전향 장기수가 남한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모습.

 글쎄, 사상이란 무엇일까? 카톨릭도, 사회주의도. 순교자를 만드는 사상들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고결한 이상? 나라는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그 고결한 이상들. 어찌해야 다른 것들을 모두 외면하고 사상에만 심취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아무리 매력적인 것이라 한들, 현재의 삶을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박해기의 카톨릭이든, 사회주의든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박해기라면 무엇을 사상으로 삼든 상관없는 이야기. 다 취향인게지. 그렇지만 박해기라면- 그것이 진정 무슨 의미인가.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가? 자신이 선례가 되는 것이 두려운가? 동지였던 자들에게 경멸받는 것이 두려운가? 일가친척의 어려움을 모두 외면하고서라도, 자신이 오롯하다는 자기만족이 정말 필요한가?

 나는 사회주의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르크스주의, 세상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틀이며, 어떤 면에선 괜찮은 가치를 전도하는 사상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나를, 그것도 모자라 내 주변 사람을 배척당하는 자의 위치에 몰아넣을 때- 그것을 견뎌야 할 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옳은 사상이라 한들,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서까지 주장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반대의 것을 신봉하기까지는 무리더라도, 이 책의 결론에서처럼 다른 가치를 찾기라도 하는 것이 좀 더 편한 선택인 것처럼 생각이 되는걸. 

 나는 편의주의적인가? 글쎄, 그렇지만 난 「치숙」의 아재처럼 사는 사람은 영 밥맛이라고 생각해. 설사 그런 작정을 마음에 품고 있더라도 지금의 삶에는 문제가 없어야 되는 것이 나아. 최소한 나와 내 주변의 사람에겐 이런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이 내 자유. 스스로가 고결하자고 남의 인생까지 차압하는 건 우주적인 이기심이야.

 뭐, 완벽한 제도가 있을까마는. 덕분에 자본주의가 좀 온정적으로 갔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지 어쩌겠어. 다시 망가지는 분위기긴 하지만- 우민이 되더라도 나는 내가 편한 쪽을 택할래. 나는 지식인일지언정 영영 지성인은 되지 못할지도.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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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