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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1.17 <<2012 (2009)>>
2009. 11. 17. 00:12 영화


 제목은 숫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뭔가 잡인간들이 많아서 출연진에 관심 껐음.


 올해 한 번쯤은 '2012년에 종말이 온대요!'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뭔 나만 그랬다면 별로 할 말 없고. 여튼 그 주범이 된 영화가 이것이렸다. 우민을 희롱하는 종말론 같으니라구.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 주신다. 중성미자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태양의 흑점 폭발이 무척이나 강하게 일어나서 중성미자가 두배로 늘어나서 지구 내부가 전자렌지의 내부처럼 달아오르게 되었고 행성들은 일렬로 나열하여 어쩌구 저쩌구 쿵짜라 쿵짝. 공부를 조금 해본 입장에서는 어이가 상실의 수준을 넘어서 사전에서의 삭제를 요구할 지경이지만, 일반인들은 조금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고 이상한 표와 시뮬레이션과 그럴법 해보이는 설명이 들어가면 믿어주는 것을 예의를 넘어서 의무라고 알고있으니 뭐.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지구멸망의 원인도, 다른 무엇도 아닌 '돈 쳐바른 영상'과 '심리묘사' 정도다. 일단 나는 이 영화를 본 것을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영상이 스펙타클한 까닭에 문득 측은지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 쓸모도 없이 길고 잡다한 영상을 만드느라 대체 얼마가 들어간 것일까. 그래, 별 의미 없이 자원을 소모해버릇 해야 잉여생산물의 축적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 영화가 영화적이기 위해 도입한 여러 가지 세이프! 장면도 좀 거슬렸지만 봐줄 만 했다. 영상은, 뭐 나름 재밌게 잘 만든 듯. 쓸데없어서 그렇지.

 그렇지만 보는 내내 거슬렸던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랄까. 그 중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은 어쩌면 히피 방송인 뿐. 주인공 가족도, 지질학자도, 대통령 부녀도, 내무부 장관도, 뚱보 가족도. 그다지 마음을 이끌어주지 못했다. 장관님은 어째서 짜증나는 지질학자 놈을 내다 버리지 못하셨던 걸까. 솔직히 학계에 사람이야 무궁무진하게 많은 거고, 그 정도 사람 구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을텐데. 주인공 가족은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머리를 쳐 들이밀 수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에 영웅 노릇을 하긴 했으나 결자해지라, 그리 잘 한 것도 없는 건데. 수십억 인구를 다 외면해 놓고, 몇백 몇천 명 마지막에 끼워준답시고 세기의 성자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나. 뭐랄까 심각할 정도로 공감가지 않는 인물들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딴 스토리라인으로 공감을 얻으려고 들다니, 사람을 우습게 아는 거야, 뭐야. 

 지진에, 화산폭발에, 쓰나미에, 재난 3종세트를 영화 한 편에 소복이 담느라 고생은 참 많았겠지만, 유머 라인이라고 집어 넣은 몇몇 화면은 실소만을 자아낼 뿐이었고, 그냥 사람이 안타까운 그런 느낌이었다. 아,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들었어. 나는 지구 멸망의 순간이 온다면 그냥 뒤질 생각이라는 것. & 생물다양성이 인간 몇의 목숨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것, 예술품은 더욱더 그러하다는 것. (물론 이건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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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