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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23. 00:39 도서


조지 오웰/ 정회성 옮김.
민음사
2003년 6월 1판 1쇄 발행, 2009년 8월의 35쇄를 읽다.



 우리는 자유로운가?

 자유란, 신체의 자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상의 자유 또한 중요하다. 비록 「인간연습」의 서평에서 미친듯이 비전향 장기수들을 비난하긴 했지만, 한층 더 생각해보면 문제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있다. 사회주의를 하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 정부와 정책 말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독재와 탄압은 남한 국민들에게서 사상의 자유를 앗아갔다. 심지어는 사회주의하는 지인을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었으니-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었으나 여기 쓰인 자유는 본 뜻의 자유가 아니었으리라.

 1984는 미래소설이다. 조지 오웰이 이 작품을 저술한 것은 1949년의 일이다. 그 때로서는 한참이나 미래의 일. 그는 당시의 현실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을 쓰게 된 것일까? 그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을 느낀 걸까.

 우리의 사고는 조작될 수 있다.

 KBS 사장이 괜히 바뀐 것이 아니며, 온갖 시사 관련 프로그램들이 없어지거나, 방향을 바꾼 것은 순리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박정희정권 시절 그를 원망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지금 그를 찬양하는 것은 자연스레 시간이 흘러가면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중세, 하늘이 정말 돌기 때문에 하늘이 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니며, 신분이 원래 존재했기 때문에 평민과 농노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고위층의 사람들이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강자가 약자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써 존재했다. 1984를 읽으면서, 뭔가 너무 '과하다'고 느끼지만- 여기 나오는 거의 모든 것은 약하게나마 우리가 모두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다. 도처에 존재하는 CCTV, 통합된 전산으로 인해 접근권만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의 소비정보, 그리고 교통카드 이용 정보. 통제된 매스컴, 그리고 아직도 존재하는 국가보안법. 그렇지 않은가?

 제한된 접근성과, 만들어진 혐오감이 우리가 다양한 사상을 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가 동남아인들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그들을 인간대 인간으로 제대로 알 기회를 가지지 못하듯- 어딘가의 기아 상황이 방영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듯. (특히 정부에 불리한 기사들은 더욱 그러하겠지.)

 글쎄, 이 책을 읽고 뭔가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앞으로 뭔가 1984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는 것과, 그런 상황들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내 손에 쥐고 싶다. 의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의도를 배제한 정보들. 내가 빅브라더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회의 통념과 편견에 휩쓸려다니는 내가. 글쎄, 그래도. 의식적인 노력은 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포기하는 게 제일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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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1. 22. 00:17 도서

조정래
실천문학사
2006년 6월 1쇄/ 8월 5쇄본을 읽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세 작품을 다 읽은 게 대학교 1학년때였나 2학년때였나. 한 질당 두세 달 정도씩 투자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는- 이런 거였다. 나라는 인간은, 그 때 한국의 근현대사를 '처음' 접했다. 물론 일제치하의 몇몇 일들에 대하여 아예 모르고 살아온 것도 아니며, 군사정권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해 문외한도 아니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선 소설을 읽으며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런 것이었다. 뭐 이제와선 읽은 지 어언 5년이 넘어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그동안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구입한 「인간연습」은,  이제 모든 격변기가 끝난 후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남파되었던 비전향 장기수가 남한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모습.

 글쎄, 사상이란 무엇일까? 카톨릭도, 사회주의도. 순교자를 만드는 사상들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고결한 이상? 나라는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그 고결한 이상들. 어찌해야 다른 것들을 모두 외면하고 사상에만 심취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아무리 매력적인 것이라 한들, 현재의 삶을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박해기의 카톨릭이든, 사회주의든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박해기라면 무엇을 사상으로 삼든 상관없는 이야기. 다 취향인게지. 그렇지만 박해기라면- 그것이 진정 무슨 의미인가.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가? 자신이 선례가 되는 것이 두려운가? 동지였던 자들에게 경멸받는 것이 두려운가? 일가친척의 어려움을 모두 외면하고서라도, 자신이 오롯하다는 자기만족이 정말 필요한가?

 나는 사회주의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르크스주의, 세상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틀이며, 어떤 면에선 괜찮은 가치를 전도하는 사상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나를, 그것도 모자라 내 주변 사람을 배척당하는 자의 위치에 몰아넣을 때- 그것을 견뎌야 할 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옳은 사상이라 한들,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서까지 주장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반대의 것을 신봉하기까지는 무리더라도, 이 책의 결론에서처럼 다른 가치를 찾기라도 하는 것이 좀 더 편한 선택인 것처럼 생각이 되는걸. 

 나는 편의주의적인가? 글쎄, 그렇지만 난 「치숙」의 아재처럼 사는 사람은 영 밥맛이라고 생각해. 설사 그런 작정을 마음에 품고 있더라도 지금의 삶에는 문제가 없어야 되는 것이 나아. 최소한 나와 내 주변의 사람에겐 이런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이 내 자유. 스스로가 고결하자고 남의 인생까지 차압하는 건 우주적인 이기심이야.

 뭐, 완벽한 제도가 있을까마는. 덕분에 자본주의가 좀 온정적으로 갔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지 어쩌겠어. 다시 망가지는 분위기긴 하지만- 우민이 되더라도 나는 내가 편한 쪽을 택할래. 나는 지식인일지언정 영영 지성인은 되지 못할지도.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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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1. 18. 17:12 도서

이주헌 지음
아트북스
2009년 9월 1판 1쇄, 10월 3쇄본을 보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 주문한 책. 생각보다 훨씬 볼만했고, 재미있었다.

 예술작품을 다룬 책들은 다들 나름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흐름 안에서 여러 가지 작품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기본. 그러나 이 책은 흐르보다는 키워드에 중점을 맞추었다. 사실 그림에는 정말 여러 가지의 키워드들이 들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흥미있을 만한 몇 가지를 추려내어 그 노선상의 그림들을 보여준다. 도판도 풍부했고, 책에 언급되었으나 도판이 부족한 그림이 얼마 없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듯. 게다가 아예 문외한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새로이 접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와줄까, 하는 기분이 들면서 좀 슬퍼졌지만- 나는 아직 전문가가 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잖는가. 벌써부터 그 분야에서 수십 년 공부하고 글을 써온 사람의 지식을 따라잡기를 바란다는 것이 오히려 욕심일 것이다.

 그리고, 뒤에 그림목차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던 듯. 나와주는 게 기본 아냐! 꾸워억 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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