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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8. 17:12 도서

이주헌 지음
아트북스
2009년 9월 1판 1쇄, 10월 3쇄본을 보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 주문한 책. 생각보다 훨씬 볼만했고, 재미있었다.

 예술작품을 다룬 책들은 다들 나름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흐름 안에서 여러 가지 작품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기본. 그러나 이 책은 흐르보다는 키워드에 중점을 맞추었다. 사실 그림에는 정말 여러 가지의 키워드들이 들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흥미있을 만한 몇 가지를 추려내어 그 노선상의 그림들을 보여준다. 도판도 풍부했고, 책에 언급되었으나 도판이 부족한 그림이 얼마 없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듯. 게다가 아예 문외한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새로이 접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와줄까, 하는 기분이 들면서 좀 슬퍼졌지만- 나는 아직 전문가가 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잖는가. 벌써부터 그 분야에서 수십 년 공부하고 글을 써온 사람의 지식을 따라잡기를 바란다는 것이 오히려 욕심일 것이다.

 그리고, 뒤에 그림목차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던 듯. 나와주는 게 기본 아냐! 꾸워억 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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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7. 21:44 도서

시공사
2009년 9월 초판 1쇄. 동월 2쇄를 보았음.
이지상, 박동식, 이홍석, 조현숙, 정기범


 어쩌다 추천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구입하게 된 책. 내용 자체는 괜찮았으나 겨냥한 독자층의 범주에 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읽진 못했다. 게다가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오탈자 덕분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을 정도. 1쇄본을 안 사는 이유가 뭔데 대체!!! 라고 울부짖고 싶은 기분이었달까. 

 현대 사회는 누구나 여행자가 되는 사회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중에 해외 여행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권을 가진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보다 많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이 시대. 여행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새 직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행이 내면의 성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늘었고, 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수요에 의해 공급이 생겼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일들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의 글이다.

 아니, 나는 그럴 생각 없다고. 난 여행 작가같은 것, 안 할 거라고. 이 책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이미 구입한 책이었고, 굳이 나에게 미친 좋은 영향을 찾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는 지식을 얻게 된 것. 그리고 여행작가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앎. & 기록은 여행 중이든 아니든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까 기록하는 버릇을 좀 더 들여야 겠다는 다짐. 

 뭐, 사진은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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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1. 17. 00:12 영화


 제목은 숫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뭔가 잡인간들이 많아서 출연진에 관심 껐음.


 올해 한 번쯤은 '2012년에 종말이 온대요!'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뭔 나만 그랬다면 별로 할 말 없고. 여튼 그 주범이 된 영화가 이것이렸다. 우민을 희롱하는 종말론 같으니라구.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 주신다. 중성미자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태양의 흑점 폭발이 무척이나 강하게 일어나서 중성미자가 두배로 늘어나서 지구 내부가 전자렌지의 내부처럼 달아오르게 되었고 행성들은 일렬로 나열하여 어쩌구 저쩌구 쿵짜라 쿵짝. 공부를 조금 해본 입장에서는 어이가 상실의 수준을 넘어서 사전에서의 삭제를 요구할 지경이지만, 일반인들은 조금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고 이상한 표와 시뮬레이션과 그럴법 해보이는 설명이 들어가면 믿어주는 것을 예의를 넘어서 의무라고 알고있으니 뭐.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지구멸망의 원인도, 다른 무엇도 아닌 '돈 쳐바른 영상'과 '심리묘사' 정도다. 일단 나는 이 영화를 본 것을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영상이 스펙타클한 까닭에 문득 측은지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 쓸모도 없이 길고 잡다한 영상을 만드느라 대체 얼마가 들어간 것일까. 그래, 별 의미 없이 자원을 소모해버릇 해야 잉여생산물의 축적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 영화가 영화적이기 위해 도입한 여러 가지 세이프! 장면도 좀 거슬렸지만 봐줄 만 했다. 영상은, 뭐 나름 재밌게 잘 만든 듯. 쓸데없어서 그렇지.

 그렇지만 보는 내내 거슬렸던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랄까. 그 중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은 어쩌면 히피 방송인 뿐. 주인공 가족도, 지질학자도, 대통령 부녀도, 내무부 장관도, 뚱보 가족도. 그다지 마음을 이끌어주지 못했다. 장관님은 어째서 짜증나는 지질학자 놈을 내다 버리지 못하셨던 걸까. 솔직히 학계에 사람이야 무궁무진하게 많은 거고, 그 정도 사람 구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을텐데. 주인공 가족은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머리를 쳐 들이밀 수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에 영웅 노릇을 하긴 했으나 결자해지라, 그리 잘 한 것도 없는 건데. 수십억 인구를 다 외면해 놓고, 몇백 몇천 명 마지막에 끼워준답시고 세기의 성자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나. 뭐랄까 심각할 정도로 공감가지 않는 인물들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딴 스토리라인으로 공감을 얻으려고 들다니, 사람을 우습게 아는 거야, 뭐야. 

 지진에, 화산폭발에, 쓰나미에, 재난 3종세트를 영화 한 편에 소복이 담느라 고생은 참 많았겠지만, 유머 라인이라고 집어 넣은 몇몇 화면은 실소만을 자아낼 뿐이었고, 그냥 사람이 안타까운 그런 느낌이었다. 아,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들었어. 나는 지구 멸망의 순간이 온다면 그냥 뒤질 생각이라는 것. & 생물다양성이 인간 몇의 목숨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것, 예술품은 더욱더 그러하다는 것. (물론 이건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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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6. 01:03 도서

조정용 지음.
해냄.
2006년 6월 초판 1쇄가 나왔고, 2008년 9월 13쇄본을 보다.


 와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주문하여 보게 된 책. 내가 와인에 관심을 가진 지는 일 년이 넘었고, 마신 와인도 스무 병은 넘을테지만- 솔직히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여러 나라에서 나고, 빈티지를 타고, 포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 정도. 좀 더 알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두뇌의 성능이 좀 떨어져서 많은 것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여겨지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은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문장에 딱히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만하지 않고 정리되어 있었고, 경험을 이야기하며 뽐내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 내용이 주는 정보에 비하면 눈에 거슬릴 것도 못되었다. 단지 와인산업 전반에 대하여 너무 예찬적인 태도라는 것이 조금 거슬렸을까? 충분히 안좋게 볼 수 있는 태도들도 좋게 해석하는 것이, 이 사람이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사대주의 때문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뭐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니 넘기고, 이것도 심하게 거슬리진 않았다.

 와인이라는 세계, 나중에 공부와 경험을 거치면 어떤 식으로 느껴질까? 더 풍부하게? 더 감동깊게? 솔직히 내 혀는 좀 막혀에 가까워서, 다른 애호가들처럼 맛을 세밀하게 구분하거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지금보단 낫겠지. 빈티지를 따지고, 생산지를 따지고, 포도를 따지고, 여기서 좀 더 가서 언젠간 샤토를 따질 날이 올 지도 몰라! 같은 적포도주에서도 지금 먹는 음식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하하. 그 날을 위해 공부를 해 보자. 이 책도- 지금은 무리지만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봐야지. 그 땐 좀 더 기억하는 것이 많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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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5. 05:48 영화

장진 감독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동건오빠는 봐줘야해!! 하고 진작부터 볼 마음을 먹고 있었고, 그분에게 연인이 있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좌절하였으나 그래도 잘생긴 건 잘생긴 것인 연유로 경배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그리고 느낀 건, 역시 동건오빤 태풍때가 최고였다는 것. 태풍때의 동건오빠는 짱인데... 지금은 왠지 우리 루!카스가 낫다고 느껴지는 건 분명 대기층의 두께를 넘어선 나의 콩깍지 탓이렸다. 
 
 여하간, 영화는 재미있었다. 조금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 단순한 재미같은 것도 물론 괜찮았지만, 그래도 나름 나만의 생각을 적어보긴 해야겠지?
 일단, 영화의 제목이 나올 때 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제목은 분명 '굿모닝' 프레지던트인데, '굿' 프레지던트까지 나온 다음에 모닝이 따라붙었단 말이지. 그냥 글자를 장식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넘어갔지만 왠지 묘하게 의도가 보였다고 해야할까? 하긴, 굿 프레지던트 하면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으니 뭔가 다르게는 해야겠고,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 굿모닝이었겠다- 라고 생각한다. 뭐 어떻게 보면 아침마다 뉴스에 나와주셨던 그분들을 생각하여 굿모닝이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왠지 그래보였다는 거다.
 그 외에는, 뭐랄까 대통령도 사람이다! 라는 것을 무척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걸 누가 모르나... 권력욕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인게지. 말실수에 바보짓에 욕심부리는 것만 봐도 사람이 맞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 국민들이 갖가지 사안들에 대해 '이렇게 해 주었으면'하는 사항들에 대해 간혹 다루어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뭐 실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별로 첨언하고 싶진 않지만, 그 세 대통령들이 가지는 국민에 대한 자세만큼은 우리가 진정 바라오던 것이 아닐까? 뭐 그래주는 대통령이 근 7년 내엔 나올 것 같지 않은 이 나라지만...

 그리고 이게 정말 포인트인데, 영부인이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이순재씨 대통령일 때부터, 남편 연설하는데 뒷자리에서 정자세로 앉아서 가만 있어야 하는 영부인이 참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안면근육에 마비가 오지 않을까. 게다가 영부인 역할도 해야 하고... 이 생각은 마지막 대통령 이야기 때 굳어졌다. 왜 남자가 그걸 하고 있으니 더 불쌍해보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모르겠다고 하였으나 아마도 고정된 성역할 인식 때문이겠지.), 참 고역이겠다 싶다. 뭐 스스로 의식이 있어서 한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정말 고문도 그런 고문이 따로 없으리라.


 어쨌든, 재밌게 보았어요. 한채영 잘 모르지만 대충 봤을 때 이쁘게 봤는데 몸매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어서인지, 이목구비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라서인지 많이 이뻐보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오히려 고두심 아주머니가 더 빛났던 듯. 나도 좀 곱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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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1. 13. 13:26 와인

Australia의 Penfolds사.
Shiraz, Cabernet 시라즈, 까베르네.
2007 빈티지.


 그냥 별 생각 없이 업어와서 그런지, 이번 와인은 좀 가벼웠다. 뭐 그래도 생각만큼 앗살 하고 가볍진 않았지만, 바디감이 있기는 한데 금새 사라진달까? 스쳐가 버렸어. 끝맛도 깔끔하고, 전에 마셨던 에쿠스보다 훨씬 마시기는 편했지만... 무거운 걸 좋아하다 보니 이게 딱히 취향이 아닌 건 어쩔 수가 없네? 시라즈와 카베르네를 섞었는데 왜 이런 정도의 맛일까.... 알 수 없..

그리고 Merlot.

 패키지로 같이 들어있었는데, 이건 마개도 코르크가 아닌 데다가, 훨씬훨씬 부드럽고 잘 넘어갔다. 먹기는 편하지만 내 와인 취향이랑은 좀 안맞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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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1. 6. 01:36 영화

장 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
아르타 도브로시(로나), 제레미 레니에(클로디), 파브리지오 롱기엔(파비오) 

 
 그냥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일에 혹해서 본 하나포스 공짜 VOD. 그렇지만 볼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영화였어. 처음엔 로나가 무척이나 차갑고 신경질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연인을 만났을 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클로디의 모습에 조금은 변한 로나의 모습. 포스터에 써있는 것처럼,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연민이었고, 그것 뿐이다. 로나의 사랑이 옮겨간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랑이 식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녀는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서 마음이 돌아선 것 뿐이었다. 그녀 안의 마지노선이 지켜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주변은 클로디의 죽음이 당연하다고 종용하였고, 상상임신을 겪는 그녀를 이해해주지 못하였다. 당연한 일이라 그녀를 다그치는 것보다 그녀를 더 깊게 이해해 주었다면, 헤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왜 아무도 그녀를 이해해주지 못한걸까. 쏘콜은 너무 멀리 있었고, 파비오는 그저 계약상의 관계였기 때문일까.

 위장결혼이란 어떤 느낌일까. 감정이 없는 사람과 계약에 의해 몇 년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우리 나라에 시집온 동남아 아낙들이 3년이 지나면 통장을 들고 도망친다는 기사를 간간이 본 적이 있다. 또 몰지각한 남정네들이 그러한 여자들을 학대했다는 이야기도. 그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계약관계는 좀 더 건조한 관계지만(폭력과 감정싸움이 배제되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고 하여 사람과 사람간의 감정의 교류까지 건조하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에선 사람이 같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감정에 대해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달까, 가만히 로나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를 끌어안아주고 싶어지는 그런 것이 있다.

 영화를 보던 초반에는 벨기에도 신호체계가 거의 무시되는 나라구나, 정도의 감상 뿐이었는데, 결국엔 로나에 집중하며 끝까지 보게 되었다. 보기 드물게 괜찮게 생각되는 영화였다. 리뷰는 질이 떨어지는 언어로 쓰였지만, 여튼.
 사회 문제를 문제로써만 바라볼 것인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물론 모든 것은 케바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이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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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1. 02:00 도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_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 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지와의 유사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여기까지 제목/

하인리히 뵐, 김연수 옮김.
민음사, 2008년 5월 1판 1쇄 발행, 2009년 7월 6쇄를 보다. 


 10월 초에 읽었다. 처음 이 제목을 접한 건 아마 미디어법 관련해서 서핑을 하다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같이 거론되었던 책.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이었지만 내가 몰랐던 것은 단순이 내 무식함에서 비롯한 것이라 주장이라도 하듯-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당당히 출판되어 있었다. 이로써 내 방에 민음사 책은 한 권 더 늘어 조금만 더 있으면 열 권을 돌파할 듯 보인다. 여튼, 하인리히 뵐이라는 사람은 나는 몰랐으나 노벨상 수상자였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물론 읽어보지는 아니하였으나 제목쯤은 들어본 바 있다. 그리고 요즘 공부하고 있는 독일어권 작가다. (덕분에 아주 잠깐이지만 독일어 원본을 구해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곧 단념했다.)

 언론이 왜 중요할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독점 언론이 올바른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미디어법은, 솔직히 각 항목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통과되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언론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반대했었다. 여기서 언론 통제라 함은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는 것에 이어서 언론 자체가 권력이 되어 대중을 통제하는 것까지를 이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내가 미디어법을 반대하며 했던 생각은 그저 이런 정도였다. -사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180도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한 방향으로 대중의 생각을 유도하는 것-정도. 그렇지만 이 책은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소한 '왜곡'(물론 이것이 소소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더 생각할 만 하지만 일단은 논외.)뿐 아니라, 사실의 '날조'도 가능한 것이 권력을 가진 언론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카타리나 블룸은, 물론 죄의 혐의가 있기는 하나 언론에 의해 본래의 인간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비춰지게 되었고, 이것은 한 인간의 지금까지의 삶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저 언론의 보도였을 뿐이지만 이것은 명백한 폭력이었고, (단지 육체의 상해만이 폭력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 폭력이 카타리나 블룸으로 하여금 정당방위로써의 살인을 하도록 이끈 셈이다. 

 언론의 폭력 뿐만이 아니라,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 거론되는 명예훼손은 이 책의 경우에 비하면 진정한 명예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을까? 꼭 고위층 인사가 되어야 명예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은 충분히 명예로운 인물이었고, 그 명예는 언론의 부적절한 욕망에 의하여 훼손당했다. 우리 나라에서 다루어지는 명예 훼손과 관련한 법률들은 그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닐텐데, 왜 그따위 용도로밖에 사용되지 못하는 것일까? 특히 국가원수모독죄의 경우 사람을 어이없게 하여 죽일 작정으로 거론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Anyway, 내가 여태까지 이 책의 감상을 쓰지 못한 이유는 너무 어려워서다. 이 책에 대해서도 나중에 덧붙일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읽을 책도 많은데 다시 볼 책이 많아서 죽겠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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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
2009. 10. 30. 01:07 도서


J.D. Salinger
민음사
2001년 처음나옴. 2009년 7월의 1판 61쇄 읽음.

 제목은 무척 많이 들어본 소설인데, 읽어 본 것은 처음. 제목만 보고는 호밀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일 줄로만 생각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그래도 늦게나마 읽게 된 이 책은, 뭐랄까- 참 좋았다.

 나는 보통 좀 더 명쾌하게 상황을 드러내주는 글들을 좋아하지만, 이 글에서만은 그렇지 않았다. 콜필드는 어렸지만, 주관이 확실했고-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릴 줄 몰랐지만 그 모든 감정들에 대해 소상히 털어놓아 주었다. 그가 정말로 못견뎌하는 사소한 일들이 무엇인지, 견딜만 한 치명적인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다.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빈정거리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하는 콜필드, 그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부끄러움을 모른다 할테지만 자신만의 잣대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변덕스럽지만 애정어린, 제멋대로지만 예의를 아는 어린 소년.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를 바랐던 콜필드는- 어떤 어른이 될까?

 이 소설, 정말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무언가 더 읽고 얻어내야 할 것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나. 깨달아지지가 않아. 지금 나의 한계는 이정도인가 보다. 나중에, 나중에-.
 샐린저는, 서른이 넘어서 어쩌면 이렇게도 정말 어린아이와 같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일까. 대단해 정말. 나중에, 나중에. 다시 읽어보자. 이 책은 결론이 안 나. 아직 모르겠어 잘.
posted by Sinya
2009. 10. 29. 01:39 전시

덕수궁 미술관.
10/27 관람.

 롯데백화점에서 오는 판촉물에 2천원 할인권을 발견하고 또 사르륵 혹해버리는 바람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해 본 조사에 의하면 '수묵화와 같은 사진을 찍는 사진 작가' '사진 작가보다는 예술가로 불리기를 바라는 사람' '그의 사진이 교과서에도 나왔다.'는 것 정도. 실제로 가서 본 그의 사진은- 뭐랄까 세계적으로 통할 만도 해 보였다. 서양의 감수성으로 바라보기에 동양적인 감각의 무언가가 잡혔다고 해야할까?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시선의 특이함이다. 인간이 보통 취하는 시선의 높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생물의 시선에서 사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개의 시선에서 바라보아 흑백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낮은 시선의 사진도 있었고 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풍경이 찍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탈인간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소나무와 궁궐. 그것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소나무 사진들은 보통 안개에 너무 의존했다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그래도 사진으로써는 정말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실제의 깊이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소나무 숲의 사진을 가만히 서서 보면 화면 뒤로 정말 그러한 숲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저 프레임을 깨고 뒤로 간다면- 안개 가득한 숲의 공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우연히든 아니든 좋은 프레임이 나오기는 쉬운 일이지만, 이러한 깊이감을 가진 사진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무척 신기하였고, 감탄스러웠다. 그만큼 크게 인화하여 걸어놓을 수 있었다면 구매했을 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도슨트의 설명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는데, 너무 작품 외적인 사소한 이야기가 많은 듯한 느낌이었으나- 어차피 감상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니까, 그런 사실들을 알림으로 인해 기억을 더해 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론 이러한 곳들을 방문할 때마다 도슨트 설명 시간을 맞춰 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 다음 단체에 다른 도슨트 분이 설명하는 내용을 흘긋 들었는데 그쪽이 더 마음에 들었을 것 같았다는 것. 
 아, 그리고- 조명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조명에서 보았다면 훨씬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이니만큼 작품의 보존을 고려할 필요성이 아무래도 그림보다 적으니 자연광 아래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아마 배병우씨 전시회가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면 다른 조명에선 어떻게 보이는 지 궁금해서라도 다시 한 번 가볼 것 같다.

 그림도 그러하지만, 사진도- 세상을,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주의깊게 볼 수 있게 하여준다는 점에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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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ya